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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옷 만들기/재봉틀

[재봉틀] 바지의 늪 대환장 바지 만들기 실패

by 오분심장 케이키 2020. 10. 25.

나란 인간, 중학교 가정 시간 수행평가로 만들게 된 반바지.

수업시간에 못한 건 집에 가서 만들어 오라고 했는데 엄마가 해준 티가 나는 사람은 절대로 A를 주지 않겠다는 가정 선생님. 그때는 지금보다 더 똥손이었기 때무에 A고 뭐고 필요없어서 엄마한테 맡겼음.


"엄마~ 너무 엄마가 한 티가 나면 안되니까 중간중간 삐뚤게 해줘~"

"잉~ 알겠엉"


하지만 우리 엄마는 너무 촘촘하고도 예쁘게 바느질을 해줘서 수행평가 C를 받았다. 



여담이 길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고, 투덜댔던 기억 뿐이라 책을 열심히 보면서 만들어 봤다. 일단, 위에 바지는 여자 아이 바지 패턴으로 만들었다. 허리에는 4mm 납작 고무줄을 넣은 상태.

결과는 고무줄을 너무 당겼더니 들어가지 않아서 실패


(*책에도 나와있지만 여자 아이 바지는 슬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허리에 고무줄을 넣지 않는 패턴이라고 했는데 거기에 내가 멋대로 고무줄을 넣고 그것도 힘껏 당겼으니 들어갈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고무줄을 넣고 조금만 당겨서(조금만 당긴건 뭔데....)만들었으나 역시나 실패

왜냐하면.....



궁뎅이에서 걸려버려서 -_- 젠장!!



그래서 이번에는 남자 아이 바지 패턴으로 고무줄을 안 넣었던가??


(남자 아이 바지 패턴은 고무줄을 넣는 패턴입니다) 그랬더니 포대자루가 만들어졌다. 나는 정말로 청개구리이다.



혹시나 바짓단을 둘둘 걷어 올리고 입히면 될까해서 해봤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당장 벗겼다 (분노의 주먹)



이건 이전 포스팅에 잠깐 나왔던 분홍색 체크무늬 잠옷 바지인데 (잠옷으로 만든 거 아닌데 엄마가 자꾸 잠옷이라고 해서....)이건 여자 아이 바지 패턴으로 허리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접착심지 붙여서 허릿단을 깔끔하게 했고 뒤에 벨크로를 달아줬다. 나쁘지 않게 나왔지만 바짓단을 너무 잘라서 너무 댕강 올라가서 마음 속 한켠에는 실패를 외치는 바지.



바지 만들기는 매일 퇴근 후, 주말이면 계속 됐다. 

하지만 그놈의 가랑이 부분이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아서 늘 짜증이었다.



그래서! 안되겠다. 내가 패턴을 떠서 만들어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유튜브를 보면서 바지 패턴 뜨는 방법을 봤고, 그걸 토대로 가봉을 한 상태가 위 사진. 그래! 좋아!!! 이제 내가 원하는 가랑이 부분이 예쁜 바지를 만들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진심 이때 기분 좀 좋아서 희망이 보였음)



그럼 예쁜 천으로 만들어 볼까? 한번도 안 쓴 친구 S가 사준 천 중에서 남색 천으로 내가 뜬 패턴으로 반바지를 만들어 봤다. 그럴싸하게 만들어 졌지만 뒤에 엉덩이 부분이 이상하게 나와서 결국 실. 패!!!!!!!!!! (아악!!!!!!!!!!!!!!!!!!!!!!!!!!!!!)



그날 밤 인터넷 서점에서 당장 인형 옷을 처음 만들 때 보면 좋은 책을 주문했다. 주문해 놓은 상태에서 내가 가지고있는 바지 패턴을 보던 중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패턴의  좌우가 바뀌어 있었다. 왼쪽 패턴에 오른쪽이라고 적혀 있었고, 오른쪽 패턴에 왼쪽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남자 아이 패턴은 허리에 고무줄을 넣어줘야 해서 앞과 뒤의 높낮이가 똑같아서 상관 없는데, 여자 아이 바지 패턴은 보통 바지 패턴처럼 앞쪽 보다 뒤(허리)쪽이 올라가 있다. 그런데 어쩐지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패턴은 좌우가 반대로 돼 있다보니 가운데로 앞쪽이 있어야 하는데 양쪽이 앞쪽이 됐고, 가운데로 뒤쪽 부분이 만나고 있었다. 이런 젠장!!! 젠장!!!!!!!!!!!! 출판사 실수인가!!!!!!!!!1 으윽!!!!!!!!!!!!!!!!!!!111 


그리고 당장 다시 만들어 봤다. 가위밥도 졸라 많이 넣었다.



그 결과 가랑이가 예쁘게 나왔다. 

뭐야......... 그동안 좌우 반대로 만들어서 이상했던 거야??? 그런거야??? 헤에~~ 신지라레나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동안 한달동안 실패 바지만 만들었던 내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다들 잘 만드는 걸 나만 못 만들고 있다며 내 손은 정말로 똥손이라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다. 뜨쉬뜨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 뭐 그렇게 한달간의 대환장 바지 만들기는 끝이 났다. 그동안 버리지 않고 책상 한켠에 쌓아 뒀던 실패 바지들로 끝!



(*근데 더 무서운 이야기는, 그 후로 좌우 바뀐 패턴으로 바지 만들었는데 원단이 달라서 그런가 위에 사진만큼 깔끔하게 나오지 않아서 다시 수많은 물음표를 띄웠다. 시부럴!!!!!!!!!!!!!!!!!!!!!!11 뭐 어쩌라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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