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저녁에 몸살 기운이 있었다.
테라플루를 먹었고, 초기 몸살이니 자고 일어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 러. 나
밤새 한 숨도 잘 수 없을 만큼 근육통에 시달렸다. 오한도 조금 있는 듯했다.
이대로는 회사에 출근할 수 없었다. 기어서라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부장님께 카톡을 날렸고 오케이 승인을 받았다. (아프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그렇게 9시가 되자 대충 머리만 질끈 묶고 집 앞 가정의학과에 갔다. (바로 옆 내과도 있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병원은 사람이 꽤 있었다.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아, 몸살인 것 같은데 신속항원검사도 좀 받고 음성이면 감기 약 처방받고 싶어서요."
"네~ 그럼 결과 보고 원장님 뵐게요. 체온 한번 잴게요. 음.. 37.8 열이 약간 있으시네요. 잠깐 앉아서 기다리세요."
잠시 후, 검사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의자에 앉아 고개를 살짝 젖히니 긴~ 면봉이 양쪽 코를 아주 세게 강타했다. 코피 나는 줄 알았다. 으흑.. ㅠ_ㅠ 그렇게 코를 쑤시고 다시 대기실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내 이름이 불려서 다시 검사실로 갔더니....
"코로나 양성 나오셨어요~"
"히익! (실제로 이렇게 놀람)"
"보건소에 신고해야하니까 여기 주소랑 전화번호 적어주세요"
"어휴... 어휴...."
"잠깐 여기 의자에 앉아계시면 원장님께서 오셔서 말씀해주실 거예요. 잠깐 앉아 계세요"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았고 검사실 구석 의자에 앉아 원장님을 기다렸다.
잠시 후 원장님께서 오셨다.
"이제 일주일 동안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해요. 집, 병원, 약국에는 갈 수 있어요. 그 외에는 나가면 안 돼요.
그리고 물을 많이 마셔주세요. 잘 쉬고, 잘 먹고, 뭐 이거 걸렸다고 동네방네 이야기할 것도 없고 그냥 일주일 잘 격리하다가 생활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약 지어줄 테니까 약 잘 먹고 토요일에 다시 오세요. 약 먹으면 증상이 많이 호전될 거예요. 지금 어떤 증상이 있죠?"
"열좀 있고 근육통이랑 오한이 가장 심해요."
"기침, 콧물은?"
"없어요."
"그래요. 약 잘 먹고 토요일에 오세요~"
사실 기침과 콧물이 없어서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단순 몸살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내가 몸에 열이 많아서 최근까지도 반팔에 코트 입고 다니고 회사에서도 탁상용 선풍기 틀고 있고. 아이스커피 마시고, 저녁에 집에 와서 샤워할 때 화장실 문 열어 넣고 샤워하고 그랬기 때문에 단순 감기몸살이라고 생각했던 거였다. 게다가 주말에는 무조건 집에만 있었고 퇴근 후에 약속이나 다른 곳에 들을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사무실에 확진자들이 속속 나오면서 감염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흑... 마스크를 좀 더 꽉꽉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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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방에 격리시설을 만들었다 (그냥 방 하나가 격리 시설이지 뭐)
생수 한통과 휴지 하나를 들고 들어갔다. 마스크는 KF94 마스크를 썼다. 참, 같이 생활하고 있는 엄마는 다행히도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엄마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되면 더욱 위험해서 엄마도 마스크를 당연히 쓰고 있고, 음식을 주거나 내가 화장실에 갈 땐 엄마는 안방에 문 닫고 들어가 있도록 했다. 화장실 사용 후에는 소독용 스프레이를 뿌렸다.
수건은 따로 쓰고 있고, 식기도 따로 쓰고 수저도 따로 쓰고 있다. 젓가락은 집에 일회용이 있어서 쓰고 버리고 있고 숟가락은 예전에 본죽에서 받은 게 있어서 그걸로 쓰고 있다. 식기는 엄마 거 다 씻은 후에 내 거 씻고 따로 두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후 아침으로 간단하게 간장계란밥을 부탁드려서 방에서 먹었는데 입맛이 없어서 절반 먹고 남겨뒀다. 그리고 약을 먹었는데 약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쏟아져서 그대로 잤다.
다시 일어나서 나은 밥은 먹고 점심 약을 먹었다. 그리고 유튜브 좀 보다 보니 또 졸음이 막 쏟아져서 또 잤다.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다. 드디어 저녁. 저녁 약에는 졸린 약이 들어있다고 했는데 낮에 너무 많이 잔 탓 일까 저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젠장할. 억지로 자려고 했는데 문제는 저녁이 되니 다시 근육통과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오한은 심하지 않았는데 근육통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으악... ㅠㅠㅠㅠ 아오....
자는 둥 마는 둥 눈을 계속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며 다리도 주무르고 팔도 주무르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그렇게 이튿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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