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츠에 한창 열심히 빠져있던 그때, 애정의 리카짱을 만나게 됐고 나도 갑자기 식모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카짱을 당근 마켓에서 구매했는데 그 리카짱은 너무 귀여워서 식모 하기를 접었다. (사실 실패할까 봐 두려웠음)
그래서 다이소에서 파는 관절 인형을 가지고 식모에 도전해봤다.
재밌는 사진이 많으니 부디 끝까지 봐주길 바란다.
다이소에서 5천 원에 판매하는 무려 관절이 13개나 있는 관절 인형이다.
생김새가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오종종하게 생긴 깜찍한 데이지를 데려왔다.
구혜선의 서클렌즈를 연상시키는 검고 또렷한 동공과 멋진 컬링을 자랑하는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속눈썹은 그림임)
인형 식모는 유튜브를 찾아보며 열심히 익혔다.
먼저 앞머리를 적당하게 묶어서 잘라줘야 했다. 그런데 묶는 순간 5천 원짜리 인형의 진면모를 나타내듯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속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앞머리 위치와 양을 조정하고 정면샷을 찍었다.
그래, 앞머리는 집에서 내 머리카락으로 많이 잘라봤으니 자신감은 있었다. (사실 내 머리도 항상 실패였다)
자르기 전에 머리가 너무 붕붕 뜨는 것 같아서 집에 있는 투명종이를 머리에 씌워주고 스팀다리미를 이용해서
정수리 부분과 투명종이 앞부분(앞머리 부분)에 스팀을 팍팍 주었다. (어떤 분 블로그 참고)
뚜둥!!!!!
결과는 실패다.
학교 청소도구함에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운데가 갈라져 비질을 해도 먼지를 쓸어 담을 수 없는 빗자루 모양이 돼 버렸다.
앞머리는 점점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 어쩔 수 없었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는 큰 것을 해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식모!!! 식모를 해보자 (앞머리는 버린다)
<준비물>
-망했지만 만들어 내야 하는 인형
-드라이가 가능한 고열사 헤어 (100g, 색상: 그레이)
-식모용 바늘
나는 돌모아에서 구매했다.
8천 원이지만 드라이가 가능하다는 말에 구매했다. 진짜 장난 아니게 부드럽다.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어보자.
마음에 안 들었던 옷도 집어던져버리자.
??????
눈치챘겠지만 처음부터 앞머리 따윈 자르나 마나였다.
디폴트 모발로 자른 앞머리를 그대로 쓸 리가 없지 않은가!! 싹둑싹둑 몽땅 잘라줬다.
두피가 같이 잘리지 않도록 짧게만 잘라준다.
자르고 보니 더 가관이다. 최대한 간격은 넓게, 한 구멍에 많이 심어서 겉으로 봤을 땐 숱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머리를 저렇게 빡빡 밀었는데도 데이지는 예뻤다.
나도 두상이 예쁘기만 하다면 저렇게 밀고 다녔을 텐데... 얼굴도 두상도 못난이라 다음 생으로 미루기로 했다.
가위로 짧게 자른 머리를 이제는 구멍에서 빼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준비물>
-일자 드라이버
-족집게
드라이버를 목구멍으로 넣어서 얼굴 안쪽을 긁어주듯이 해주면 된다. 족집게는 안쪽에 빠진 모발을 빼낼 때 사용한다.
깔끔하게 머리카락이 제거된 알 머리 상태가 됐다.
가르마 부분은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저런 상태였다.
이때부터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식모가 간단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르마 부분이 구멍이 아니라 그냥 막 뚫어 놔서 큰 구멍이다 못해 싱크홀 상태였다. 내 정신은 블랙홀에 빨린 상태
빡빡머리가 이렇게 예쁘다니 정말 부럽다.
하지만 내가 더 예쁘게 변신시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데이지야
뒤통수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납작이다. 나보다 더 납작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생밤을 깎다가 썩은 부위를 발견해서 심하게 도려낸 듯한 뒤통수를 가지고 있는 데이지...
아무튼, 준비한 헤어는 길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절반을 잘라준다.
그런데!!!
헤어를 자르는 것에서부터 난 이미 망쳤었다.
딱 절반으로만 자르면 되는걸 짧은 머리를 할 거니까 심을 머리를 애초에 짧게 잘라서 심었다.
(가장 좋은 건 그냥 자르지 않고 긴 모발 상태 그대로 심어주고 나중에 원하는 길이로 자르길 추천한다.)
아무튼 5가닥에서 10가닥 정도만 잡아서 물에 적셔준다.
그러면 모발이 한데 모이게 되는데 적신 모발을 식모용 바늘 끝 갈고리에 살짝 걸어주고 두피 구멍에 집어넣고 마구마구 쑤셔준다!!!! 최대한 많이 펌핑!!! 그러면 두피 안쪽에서 모발끼리 엉켜서 안 빠지게 된다.
퇴근 후 저녁에 조금, 주말에는 하루 종일 식모에만 전념했다.
아래쪽부터 차근차근했다.
사실 이때부터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꼈어야 했다.
모발 길이는 짧고 중구난방이라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리고 꼼꼼하게 한다는 마음으로 알 머리에 새로 구멍을 뚫어서 모발을 빽빽하게 심기 시작했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첫 식모 도전이라 이제 잘못된 건 줄도 몰랐다. 그냥 스스로 빽빽하게 잘 심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락없이 대머리 독수리다)
대머리 독수리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동서남북으로 모발을 묶어주었다.
이미 동쪽만 묶었을 때부터 숱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 (참고로 북쪽이 앞머리)
왠지 게이샤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대머리 독수리 상태였다.
슬슬 목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얼빡 사진으로 찍어보니 예쁘다. 속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빽빽하게 심어버렸다.
모발을 90, 95% 정도 심었을 때 모습이다.
대머리 독수리에서 마빈 박사로 돌아왔다. 점점 하고 싶은 의지가 사라져 갔다.
인형 식모를 두고 진짜 식모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너무 힘들다.
절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었다.
머리를 한번 감겨주고 (그냥 물에 적신 상태) 머리 상태를 보니 정수리가 아직 훤했다. 지루한 작업이지만 끝까지 꼼꼼하게 심어주었다. (이때 이미 내 HP는 0 상태였다)
의지가 꺾여버린 나는 사진도 잘 찍지 않았다.
가르마까지 겨우겨우 만들고 앞머리를 맹구같이 잘라주고 머리를 감겨주고(린스로 감겼던가...) 드라이기로 말려주었다.
뒤집어서 확인한 최종 인형의 머리숱 상태.
굉장히 많다. 그런데 숱이 많은 것보다 모발 길이를 애초에 짧게 잡고 시작해서 묶을 수도 없다.
나는 단발머리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서 짧게 자르면 다시 빗자루가 될 것만 같아 무서워서 건드리지 못했다. 지금은 그냥 저상태 그대로 책상 한편에 있는데 흡사 기모노 입은 일본 전통인형과 비슷한 느낌이라 밤에 보면 무섭다. (헤어 색은 왜 회색으로 했는지....)
아무튼 인형 식모 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다.
이로써 진짜 내 손은 똥손임을 입증했으니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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